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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괴담] 휘파람에 관한 미신
    카테고리 없음 2021. 5. 11.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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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으로부터 10년전쯤, 서울 방배동에 있는 배달전문 음식점에서 배달아르바이트를 하던때로 기억한다.

     

    자랑할만한 일은 아니지만 나는 휘파람을 제법 잘 불었다. 적절한 호흡과 음처리, 

     

    들숨과날숨을 구분해서 사용하는 미묘한 뉘앙스처리까지...

     

    가끔 친구들이랑 있을 때 좋아하는 가수의 발라드나 재즈 넘버를 휘파람으로 불고 있노라면 

     

    모두 하던일을 멈추고 집중하곤 할 정도였으니.

     

    배달전문 도시락집에서 일한지 2주일쯤 됐을때였다.

     

    비가오는 날이었는데 그날따라 한가했었다. 점심장사가 하루의 8할인데

     

    그날 점심시간을 거의 공치다시피 해서 가게분위기는 썩 좋지 않았다.

     

    손을놀리고 있기도 민망해서 빈 찬합을 마른행주로 닦아서 광을내던중

     

    나도모르게 휘파람을 불었다. 휘~ 휘휘익~휘익~♬ 그때 그 소리를 듣고

     

    반찬을 만들고 계시던 사모님이 갑자기 정색을 하더니 '저기 미스터박, 가게에서 휘파람 불지말아'

     

    라고 하시는것이었다. 늘 웃는얼굴에 조곤한 말투가 인자한 분이라서 정색하시는얼굴에 살짝 놀랐다.

     

    무슨 이유가 있겠지 싶어서 '네 사모님' 대답을 하곤 가게에서 휘파람을 불지 않았는데

     

    그 이유를 알게된건 전혀 뜻밖의 장소-심야의 택시 안-에서 였다.

     

    도시락집을 그만둔지 세달쯤, 군입대를 앞두고 친구들과 만나서 당구한게임을 쳤다.

     

    남자들이 으레 그렇듯이 승부욕이 발동해서 예상보다 시간이 훨씬 길어졌고

     

    새벽1시쯤 당구장을 나서게 됐다. 집에가기 위해 택시를 잡았다. 머리가 희끗한 기사님이었다.

     

    'xx사거리 지나서 복개천도로 끝에서 좌회전 해주세요.' 하고 뒷자석에 눕듯이 앉아있는데

     

    라디오에서 귀에익은 팝송이 나왔다.. 허밍으로 따라부르다가 나도모르게  휘파람을 불었는데

     

    갑자기 기사님이 룸미러로 나를 쳐다보며 '손님 죄송하지만 쌧바람은...' 이라고 했다.

     

    행선지를 알려줘도 고개만 까닥였을뿐 말한마디 없던 사람이 갑자기 정색을 하는 통에

     

    나는 약간 놀라서 '네?' 하고 얼빠진 목소리로 되물었다.

     

    기사는 조금 누그러진 얼굴로 '쌧(혓)바람은 불지 말아주십시오.' 라고 하더라.

     

    문득 도시락집 에서 있었던 일이 오버랩 되며 호기심이 솟았다. '왜 불지말라고 하시죠?' 

     

    라고 묻자 기사님은 그제서야 룸미러에서 눈을 떼며 몇가지 얘길 해주셨다. 

     

    아래 항목들은 내가 들은 얘기를 기억나는대로 정리한 것이다.

     

    1. 가게(사업장)에서 휘파람을 불지 말아라

     

    모든 사무실은 아니고 특별히 현금을 다루는 사업장에서 휘파람을 불어선 안된다.

    식당, 옷가게, 과일가게 등등. 휘파람을 불면 모아놓은 돈이 바람에 날아가듯 돈을 잃게 된다고 한다.

    택시 역시 돈을 받는 자신의 사업장이라 휘파람을 불지 말라고 한것.

     

    2. 광산에서 휘파람을 불지 말아라

     

    지금은 완전히 사양길로 접어들었지만 우리나라에도 동쪽산맥에 큰 광산이 제법 있지 않았던가.

    아직도 태백,삼척등에 사는 어른들은 웬만하면 아는 얘기라고 하시더군.

    광산에서 휘파람을 불면 휘파람이 진동을 일으켜 산사태등 광산붕괴사고를 일으킨다는 미신.

     

    3. 바다에서 휘파람을 불지 말아라

     

    이것도 배를 오래탄 마도로스들은 아는 얘기라는데 작은바람(휘파람)이 큰바람(폭풍)을 마중나가서

    데려온다는 미신. 배에서 휘파람을 불면 폭풍우를 만나 배가 침몰한다고 한다.

     

    대충 이런 얘기였다. 얘기를 더 듣고 싶었으나 어느새 집앞 골목에 도착했기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기사님께 요금을 지불하고 내렸다.

    오늘 문득 휘파람을 불다가 10년도 더 된 얘기가 생각나서 써보았는데 부디 재밌게 즐겨주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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